아카아무 전력 주제 >누이구루미<

아카아무 2016. 9. 3. 23:11


*아카아무 전력 60분 2회 주제 <누이구루미>입니다.

*실제로 아카아무 누이구루미가 주연인 이야기는 아니고, 단순히 키워드가 누우구루미 같은 봉제인형이어도 좋다는 말에 작성한 글입니다!

*썸네일 이미지는 저 때문에 강제로 전력 60분 하게 된 감귤님께서! (@Tangerinexxx)






<등을 맞댄 인형 두 개>




미안하다. 조금 늦을 것 같군.

어디가 조금이라는 거냐, FBI.”

 

뙤약볕 아래. 아무로는 슬슬 땀에 젖어가는 뒷머리를 역으로 한 차례 쓸어 올렸다가 숨을 토했다. 여름은 좋다. 그 계절감은 다른 무언가로도 대체할 수가 없어, 아무로는 여름을 꽤나 좋아하고 있는 편이었다. 그렇지만 올해의 여름은 지독할 저도로 더워, 공원너머 아스팔트의 아지랑이가 지옥으로 보일 정도였다. 주차 해놓은 자신의 차가 녹아내리는 일만큼은 없었으면 좋겠는데. 터무니없는 걱정이라는 건 알고 있지만, 절로 그렇게 생각하게 되는 날씨라 생각하며 아무로는 들고 있던 휴대폰을 내려 보았다. 여전히 액정 위를 메우고 있는 한 통의 메일. 시선 끝에 맞닿아있는 메일의 내용은 지극히도 간단명료하면서도 가장 듣고 싶지 않은 내용을 담고 있었다.

 

정확히 삼일 전의 일이었을 것이다. 이번 주 목요일. 자신에게 시간을 내어줄 수 있는가. 단도직입적이다 못해 갑작스러울 정도의 연락이었다. 물론 주체는 아카이 슈이치로, 무슨 용무인지 먼저 연락을 취해와 아무로는 그것을 적잖이 의외라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약간의 장난기가 돌아 그것을 거절해볼까 생각도 해봤으나, 자신이 거절한다면 아카이는 순순히 그것에 납득할 터. 그건 또 그 나름으로 재미없는 일인지라 아무로는 좋다는 답장을 못지않게 줄여 보냈다. 그럼 이야기는 만나서 하지. 아마 그런 답장이 마지막으로 온 것도 같았으나, 솔직하게 말해 지금의 아무로는 이 일을 굉장히 후회하고 있는 중이었다.

 

이유는 단 하나. 약속시간으로부터 10분이라는 시간이 지났음에도 나타나지 않는 아카이 슈이치 덕분이었다. 이야기? 이야기 좋아하시네. 오늘 하루 통틀어 아무로가 아카이에게 들은 이야기라고는 늦을 것 같다는 사과의 말 하나뿐이었다. 그것도 20분 전에 메일로 말이지. 그렇게 생각하니 이제까지 참고 있던 울화가 끓어오르는 기분이었다. 아카이 슈이치. 잘도 이런 식으로 나오겠다 이거지. 먼저 어디냐는 물음을 꺼내고 싶지는 않았다. 앞으로 10. 10분만 더 기다린 뒤, 그래도 연락이 오지 않는다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공원을 떠날 테다. 11분에 아카이가 이 공원에 도착하든 말든 그건 아무로가 알 바가 아니었다. 어차피 늦은 사람에게 무슨 발언권이 있겠는가? 그 뒤로 자신과 엇갈려 공원에서 몇 시간을 기다리게 되더라도 상대해줄 생각은 없었다. 외려 코웃음치며 건넬 말까지 정해놓은 아무로였다. 만약 아카이가 자신을 기다렸다 말하거든

 

하하, 바보! 꼴불견이다!”

 

그래, 바보 꼴불견이다. 하고는 웃어줘야지. 그렇게 생각하던 아무로가 일순 사고를 멈추었다. 어라, 지금 자신이 입밖으로 소리를 낸 적이 있던가? 들고 있던 휴대폰을 더욱 꽉 쥐어본 후, 아무로는 곧 그것이 자신이 저도 모르게 중얼거린 소리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마음의 소리가 들렸다던가, 그런 얼토당토 않는 소리는 더더욱 아니었다. 등 뒤에서부터 가까워지는 한 무리의 웃음소리. 아무로가 고개를 뒤로 돌리자 초등학생 정도 되어보이는 아이들 몇 명인가가 마구잡이로 웃으며 그런 말을 내뱉고 있었다. 꼴불견이라니, 무엇이? 어차피 아무로와는 관련이 없는, 순전 저 또래들 사이의 이야기겠지만 아무로의 눈매가 의구심을 품었다. 아이치고는 꽤나 기분 나쁜 웃음소리지 않은가. 이윽고 아이들이 아무로의 바로 곁을 스쳐지나가자, 아무로는 그 뒷모습들을 한참이나 빤히 바라보았다. 일을 하면서부터 무언가 찝찝한 김새는 언제나 틀린 적이 없었다. 공안의 감이라는 것일지도 몰랐다. 그렇지만 그 낌새에 어린아이까지 포함이 될까? 자신은 없었지만 어쨌든 아무로는 자신의 감을 한 번 더 믿어보기로 했다. 아이들이 왔던 길을 따라 똑같이 역으로 되나아가며, 아무로는 아카이와 만나기로 했다는 사실조차 제쳐두고 속력을 높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무로는 예의 그 꼴좋은현장으로 추정되는 상황을 맞딱뜨릴 수 있었다.

 

하이도 공원 내에서 가장 높은 것 같은 나무와, 그 밑에 소소한 생채기가 잔뜩 나있는 아이 하나. 폭력을 당한 건가? 단번에 인상을 찌푸린 아무로가 아이 곁으로 걸음을 옮겨 나가자, 아이는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나무를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는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나무를 오르려 하는 행동에 아무로는 이번만큼은 진심으로 놀란 표정이 되어 아이쪽을 향해 뛰어갔다.

 

얘야, 잠깐만!”

 

어딘가 맞아 상처가 난 줄 알았더니, 몸의 상처는 단순히 나무를 오르다 긁힌 상처들이었던 것인가. 아무로가 당황해 소리치자 아이는 나무에 오르려다가 말고 자리에 멈춰 섰다. 누구? 고개를 뒤로 돌리며 아무로를 확인하는 아이의 얼굴이 그렇게 물어오는 것만 같았다.

 

뭘 하고 있는 건지 물어도 될까?”

인형을 가져오려고 하는 중인데요.”

 

아이의 목소리는 꽤나 퉁명스러워, 아무로는 예상 외의 반응에 조금은 난처한 기색을 드러내었다가 곧장 떨쳐냈다. 모르는 어른이 말을 걸었으니 당연한 반응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아무로는 무릎을 굽힌 뒤 눈을 마주치며 다시 물었다.

 

인형이라니?”

저거, 내 인형이에요.”

 

저거? 아이는 그렇게 말하며 걸음을 몇 발자국 물리더니, 곧장 손을 뻗어 높은 나무 위 어딘가를 가리켰다. 인형이라니, 도대체 나무에 무슨 인형이라는 걸까. 혹시하고 예상하며 아무로가 그 손가락 끝 주변을 주의깊게 살피자, 곧 나뭇잎 사이에 뒤엉켜있는 봉제인형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얼마나 높은 곳에 걸려있는지, 말해주지 않았더라면 나무에 걸려 있는 게 인형이라는 사실을, 그 이전에 인형이고 뭐고 무언가가 걸려있다는 사실 자체를 알 수가 없을 정도로 작은 형체였다. 어린아이고 뭐고, 이번에도 찝찝한 낌새는 틀린 것 같지 않아, 아무로는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혹시 했지만 역시라는 거지. 예상되는 상황은 짙지만, 그래도 확인 차 아무로는 입을 열어 물었다.

 

있잖아, 저 인형. 아까 지나간 애들이 던진 거니?”

그걸 어떻게?”

 

지나간 애들이 누군지 아이가 어떻게 알겠냐만, 용케도 아이의 눈이 놀라움을 뛰어넘어 경계의 빛을 띄우고 있었다. 그야 이런 상황을 눈앞에 두고도 모를 수가 있나. 아무로는 굽혔던 몸을 일으켜 세운 뒤 한참이나 나무의 인형을 올려다보았다. 공원의 나무는 잔가지가 잘 정리되어, 정말 몸통만을 끌어안고 올라가지 않는다면 우거진 녹음까지 닿을 수가 없는 정도였다. 어렸을 적엔 자신도 꽤 많은 나무들을 올랐다 자신할 수 있는 아무로지만, 그건 벌써 20년도 더 된 이야기. 물론 기본이란 것이 있으니 못 오를 일은 없을 지도 모르지만, 이 나이를 먹고 공원 나무에 올라가도 좋을까 그 사실을 판단할 수가 없었다. 그보다 우선 그런 짓을 했다간 바로 쫓겨날 것 같고. 물론 아이를 올려보내는 것보다야 자신이 올라가는 것이 안전하고 좋은 일임엔 틀림없지만, 실상 가장 좋은 일은 나무를 오르지 않고 인형을 떨어뜨리는 것이었다.

 

.”

?”

잠깐 이것좀 들어볼래?”

 

아무로는 거기까지 말한 뒤, 들고 있던 휴대폰을 내밀었다. 상관은 없지만 이걸 어째서? 아이가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그것을 받아들자, 아무로는 그와 거의 동시에 몸에 힘을 주었다. 주변의 시선도 있으니 한 번에 끝낸다. 잔뜩 체중을 실은 아무로의 발이 이내 퍽! 소리가 나게끔 나무 몸통에 날아와 박혔다. 그리고 짧은 바람소리. 우수수 나뭇잎이 흔들리는 사이로 몇 개인가 나뭇잎이 쏟아지듯 떨어져 내렸으나 그뿐이었다. 아무로 두 명이 끌어안아도 될 정도의 나무 몸통은 무슨 일이 있었냐는 양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어, 아이는 나무 인형 위의 인형을 보며 낮게 탄식을 흘렸다. 무리인가. 나무에 충격을 가해 반동으로 인형을 떨어뜨리는 작전이 실패하자, 아무로는 미간을 좁히며 반듯하게 자세를 고쳤다. 그렇다면 다음은 이거다. 주변을 가볍게 살핀 아무로가 이번에는 무슨 생각인지 한 구석에서 굴러다니고 있던 돌조각을 집어들었다.

 

, 인형 맞춰도 괜찮을까?”

? 상관은 없어요.”

터질지도 모르니까 물어보는 거야.”

그것도 상관 없어요. 저 인형, 어차피 제가 만든 거니까 제가 고칠 수 있어요.”

 

인형을 만들어? 딱 봐도 저학년이나 되어 보이는 아이가 거기까지 할 수 있다니. 아무로는 대단하다는 듯 아이를 내려 보았다. 하기야, 아이답지 않다는 게 무엇이겠는가. 자신은 어린아이 탐정까지 알고 있는 마당에 인형을 만드는 일도 불가능하진 않을 터였다. 그래도 이왕이면 인형을 멀쩡히 내려주고 싶어, 아무로는 최소한의 피해로 최대한의 효율을 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보았다. 나뭇가지에 걸려있는 인형이라면 좌우의 이파리를 맞춰 한 번 더 반동을 노려봐야하나? 아니면 정공으로 나아가 머리를 맞춰 뒤로 넘어가게끔? 운이 없다면 돌이 나뭇가지에 처박혀버릴지도 모르니 나무의 좌우를 맞추는 일은 좋지 않은 생각 같았다. 혹여라도 나무에 걸려있던 돌이 떨어져나가 시민의 머리를 강타하게 된다면? 그런 위험부담을 질 수는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선택지는 인형을 맞추는 것뿐인지라, 아무로는 결심 끝에 돌을 굳게 쥐어다. 주변에 지나가는 사람이 없음을 제대로 확인한 뒤 그것을 던지겠다 결심한 순간그보다 먼저 무언가가 무서운 소리를 내며 인형을 향해 날아들었다.

 

- 하고 저렇게나 높이 날아가면서도 그 아래에 있는 아무로의 귀에까지 바람이 갈리는 소리가 들릴 정도였다. 무서운 속력. 아무로가 그 소리 끝을 바라보자 어디선가 날아든 돌 하나가 정확히 인형의 머리를 맞추고는 나뭇잎을 술렁거렸다. 인형의 중심이 크게 젖혀진다 싶더니, 이내 뒤로 고꾸라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와 아무로와 아이는 동시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떨어진다!”

 

누구의 목소리인지도 몰랐다. 아이와 아무로는 동시에 입을 열고, 동시에 앞을 향해 뛰어나갔다. 이대로는 인형이, 그리도 돌이 떨어진다. 아이가 인형을 향해 달려 나가는 모습이 불안해, 아무로는 자신의 팔을 최대한으로 뻗었다. 조심해! 아이가 떨어지는 인형을 품에 받아드는 때를 노려, 아무로는 같이 떨어지고 있는 돌을 거칠게 받아냈다. 묵직하게 돌이 손에 잡혔으나 다행이 어딘가를 다칠 정도는 아니었다.

 

인형은 무리여도 돌은 잘 잡는 모양이야, 아무로 군.”

 

반동에 움찔 멈춰 서던 아무로가, 등 뒤에서부터 들려오는 목소리를 눈치채고 곧장 고개를 홱 뒤로 돌렸다. 낮고 목소리, 저 무서우리만치 놀라운 명중력. 그제야 아무로는 자신이 공원에 왓던 근본적인 이유를 다시 떠올릴 수 있었다.

 

아카이!”

조금 늦는다 말하긴 했지만 이런 곳에서 인형 하나에 애를 먹고 있을 줄이야. 재미있는 구경이군.”

누가 애를 먹었다는 겁니까? 그리고 당신, 도대체 지금이 몇 시인지는 알고 있는 거야?”

다섯 시, 인가?”

누가 다섯 시인 걸 몰라서 묻는 게 아니잖아!”

 

평소처럼 무뚝뚝한 표정으로 손목시계를 내려보고 있는 우중충한 빛의 사내. 가볍고 밝은 색의 셔츠를 걸치고 나온 아무로와 정반대의 차림인 아카이 슈이치가 그 눈앞에 서 있었다. 말을 말지. 기운 빠졌다는 듯 아무로가 돌을 길가 어딘가에 가벼이 던지자, 아카이는 성큼 걸음을 옮겨 아무로와 아이 곁으로 다가왔다.

 

미안하군, 인형의 얼굴이 조금 터졌나?”

 

한 손은 여전히 주머니에 넣은 채, 아카이는 눈을 흘겨 아이의 인형을 힐끗 내려 보았다. 애초부터 꼼꼼한 재봉 솜씨는 아니었는지 삐뚤빼뚤 바느질 선 사이로 숨이 튀어나와버려, 아카이는 드물게도 미안한 기색을 보였다. 그 기색을 이쪽에게도 보이란 말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아무로의 시선과, 갑작스레 걸려온 목소리에 당황한 아이의 시선 두 개가 아카이에게로 날아들었다. 아이는 그런 아카이를 한참이나 올려보더니, 고개를 저으며 괜찮다는 티를 내었다. 인형을 되찾을 수만 있다면 이정도의 피해는 아무래도 좋은 모양이었다.

 

고맙습니다. 덕분이에요. 그리고 저쪽에 계신 분도.”

 

저쪽에 계신 분이라니. 애초에 먼저 도와준 것은 자신인데도 최종직전 공을 전부 아카이에게 빼앗긴 기분이었다. 정말 싫다, 이런 기분. 조직에서도, 일본 내 사건에서도, 어째서 항상 아카이에게 선수를 뺏기는 기분이 드는지 그것이 못마땅해 아무로가 아카이를 노려보았으나 아카이는 그것을 가볍게 무시하고 말을 이었다.

 

중요한 인형이라면-”

아니에요. 정말 괜찮아요. 다시 만들면 되니까. 그러면 가볼게요, 감사합니다!”

 

다시, 만들어? 아카이 또한 그 소리에 아무로와 똑같은 반응을 보이며 눈을 가늘게 떴으나, 아이는 그 말을 끝으로 꾸벅 고개를 숙였다가 곧장 몸을 움직였다. 구태여 집으로 돌아가는 것 같은 아이를 막을 이유는 없어, 아카이는 아이의 뒷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지켜보고 나서야 아무로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래서 말인데 후루야 군.”

 

단 둘만 남아있으니 바로 그 이름을 입에 담는 건가. 아무로는 대답대신 아카이를 보았다.

 

우리가 만나기로 한 곳은 분명 여기가 아니라 공원의 후문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어째서 이런 곳에 있는 건지 묻고 싶군.”

묻고 싶은 건 오히려 저입니다. 왜 이런 시간이 돼서야 나타난 겁니까?”

 

연락도 하나 정도는 더 해줘도 좋았을 텐데. 아무로는 거기까지 말했다가 문뜩 느껴지는 위화감을 깨닫고 바로 침묵했다. 연락, 그러니까 구체적으로 휴대폰의 전화나 메일. 그러고 보니 마지막으로 자신이 휴대폰을 확인한 게 언제였더라? 그보다, 자신은 휴대폰을 분명히그 아이에게 맡겼다. 맙소사. 그래, 아까 그 아이였다. 그 아이에게 휴대폰을 잠깐만 들고 있어 달라한 뒤, 인형과 아카이에 온통 신경이 쏠려있어 휴대폰을 되돌려 받는다는 생각조차 깜빡한 것이었다.

 

아카이! 이럴 때가 아니라 방금 그 아이, 쫓아야 합니다!”

인형을 든 아이 말인가?”

제 휴대폰, 그 아이가 가지고 있다고요! 당신 책임도 있으니까 어서!”

 

정말 오늘 하루 순전히 모든 게 아카이 때문에 엉망이었다.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아무로는 아카이를 이끈 채 아이가 사라진 곳을 향해 뛰어 나갔다.

 

* *

 

, 오늘은 약속대로 저번 미술 시간에 만들다 만 공작품을 완성해 왔겠죠?”

 

경쾌하게 울리는 종소리, 왁자지껄한 아이들의 소음. 초등학교 반 안에서 선생 하나가 손뼉을 치며 주위를 환기시켰다. 오늘은 검사 할 거예요. 그 목소리 하나에 아이들은 자신의 가방에서 준비해온 공작품들을 하나둘씩 꺼내어 책상 위에 얹었다. 조잡하긴 해도 그 나이대의 아이들이 만들었을 법한 작품 사이, 삐뚤거리고 마감이 온전하지도 못한 인형 두객 모습을 드러냈다.

 

어머, 사람 인형을 만들었니? 누구야?”

 

종이로 된 무언가, 재활용품을 이용한 무언가들 사이에서도 인형은 그 존재만으로도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는지, 인형을 책상에 얹기가 무섭게 선생님이 다가와 물으며 인형을 살펴보았다. 금발에 피부가 타 있는 인형 하나와, 흑발에 비니를 뒤집어 쓴 인형 하나. 둘 다 남자의 모습을 본 따 있었다.

 

저번에 공원에서 저를 도와준 분들인데, 생각나서 만들어 봤어요.”

도와줘? 둘 다 좋은 분들인가 보구나? 사이좋게 누군가를 도와주다니 말이야.”

 

아이는 선생님의 말에 연신 고개를 끄덕이다가, 딱 한 차례 움직임을 멈추었다. 좋은 분들인 건 맞지만, 사이가 좋던가? 아이는 한참이나 자신이 만든 인형을 지켜보더니, 공원에서의 두 사람을 떠올려보았다. 좋은 사이라. 아이는 고민 끝에 단 한가지만큼은 확신할 수 있었다.

 

사이가 좋은지는 모르겠지만, 이 두 사람은 정말 친한 사이일 거예요.”

 

왜냐하면 그 날, 자신에게서 휴대폰을 되찾으러 와준 것은 검은 인형의 사람 쪽이었으니까. 숨을 헐떡이면서도 어떻게든 필사적으로 자신을 뒤따라왔던 그 모습에, 아이는 그렇게 대답하며 꺼내든 인형의 등을 맞닿아 나란히 앉혔다.

 

귀여운 인형 두 개가 등지고 앉은 채, 서로를 그렇게 지탱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