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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코믹월드 i09 아카아무 신간 샘플
표지는 셴 님께서 그려주셨습니다. 예쁜 표지 감사합니다!
축소하니까 깨지는데 양해 해주세요.
명탐정코난 아카이x아무로 소설본입니다.
별 내용 없는 것 같은 시리어스로 80p 8000원 확정.
추석쯤 쓰던 글을 들고 나갑니다.
추석 때까지 다 끝내서 통판하겠다고 해놓고 설날이 가까워지고 있네요.
면목이 없군요................. 이하 주의사항
1* 아카이에게는 아케미가 후루야에게는 스카치가 소중한 이야기
하지만 틀림없는 아카아무입니다. (중요)
2* 후루야는 스카치가 죽은 진상에 대해 알고 있다는 설정이 들어있습니다.
3* 소설 내 서술에서 아무로 토오루는 후루야 레이로 통일되어 있습니다. 혹시 모를 안내사항.
분위기나 이런 것들은 샘플을 확인해주세요.
당일 부스에서는 구간과 스티커, 굿즈 등을 들고 갑니다.
XX월 23일 AM 02:23
처음 순간, 후루야는 이 모든 것이 꿈임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약간 우중충한 하늘과 곧장 비가 떨어질 것 같으면서도 습기 하나 없는 어둠. 그뿐만 아니라 코를 타고 넘어가는 공기와 피부에 맞닿는 분위기의 꿀렁거림까지. 아무래도 오늘 무대는 음습하기 짝이 없는 곳으로 정해진 모양이라 생각하며 후루야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무엇하나 현실과 다른 것이 없어, 이것이 꿈이라는 자각을 하지 못했더라면 온전히 이 세계를 현실이라 받아들일 정도였다. 아니지, 오히려 이 정도의 반복을 거듭했다면 친숙함 내지는 친밀감으로 인해 이 세계를 또 하나의 현실이라 받아들여도 좋지 않을까. 시답지 않은 생각을 곁들이던 후루야의 시건이, 이내 곧 거리에 늘어진 가로등에 닿았다.
꿈에서 깨어나려면 지금이 마지막 기회다. 후루야는 전력이 약한 건지 깜빡깜빡 흔들리는 가로등 불빛을 따라 두어 번 눈을 감았다 떠보았다. 물론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예상대로의 일이었다. 지독할 정도로 현실과 똑같아도 꿈은 꿈. 꿈에서 깨어나는 일이 손쉽다면, 처음부터 꿈같은 걸 꿀 리가 없었다. 그리고 나아가 꿈이 여기까지 진행됐다면, 후루야에게는 깨어날 면목조차 없었다. 남은 것은 그저 이것을 꿈이라 확신하게 만드는 존재를 인지하는 것 뿐.
“레이, 피곤한 거야?”
오늘도 이렇게 그의 목소리가 들리고, 자신은 그것을 무시하지 못한다.
그 사실에 한숨대신 시야를 점멸 시키자, 그 끝에는 스카치가 있었다.
스카치의 등장은 항상 이런 식이었다. 잠들기 전, 아주 짧은 시간이라 해도 좋았다. ‘특정한 행동’을 하고 난 다음이면 그날 밤엔 어김없이 후루야의 눈앞에 그가 나타났다. 그라는 건 당연히 이곳에서 가장 큰 위화감을 내뿜고 있는 스카치의 이야기로, 스카치는 후루야 레이의 경찰학교 동기이자 같은 조직에 잠입했었던 NOC였다. 물론 이것이 전부는 아니었다. 허울 좋게 지낼 수 있었던 친구라는 점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점은 따로 있었으니까. 잠입했었던, 지낼 수 있었던, 무엇이 됐든 과거형일 수밖에 없는 수식의 이유. 그건 오직 하나였다.
스카치란 존재는 이제 더 이상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망자니까. 그렇기에 그가 살아있는 현실이란 무엇 하나 진정한 현실이 될 수 없었다.
그렇다면 과연 스카치는 스스로가 죽었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있을까. 자상하게 들려오는 목소리에 후루야의 고개가 스카치에게로 움직였다. 눈이 마주치자 응? 하고 씩 웃는 스카치의 얼굴이 보여와, 후루야는 그것을 지켜보다 자신이 얼마나 이상한 의문을 품었는지 깨달았다. 이곳의 스카치는 유령도 아니고, 귀신도 아니다. 무언가의 초자연적인 현상은 더더욱 아닌 그에게 죽음이라는 개념을 들이밀다니. 이 세계는 온전히 후루야의 머릿속에서 이루어지는, 그야말로 무의식의 발현인 세계. 이 무의식 속에서 스카치가 하는 일이라고는 이쯤 되면 거둬도 좋지 않을까 싶은 미소로 언제고 후루야를 맞이해주는 것뿐이었다. 항상 자신에게 상냥한 이유는, 분명 그 미소를 포함한 스카치의 모든 것들이 후루야가 원한 모습을 그대로 투영하고 있기 때문이겠지. 자신이 예의 ‘그 행동’을 하는 날엔 항상 같은 심리의 전제조건이 깔려있기 때문에 모를 수가 없었다.
그러나 아무리 눈앞에 있는 것이 진짜 스카치가 아니라 해도, 심지어 스카치의 무언가조차 되지 못한다 해도, 결국 이러한 스카치를 만들어낸 것은 후루야 자신. 스카치의 허상이라도 나타나주면 좋겠다고 생각한 책임만큼은 똑바로 져야 했기에, 후루야는 더 이상 대답을 미룰 수가 없었다.
“아니, 피곤하지는 않아. 미안, 잠시 다른 생각을 한 모양이야.”
“드문 일인데, 이런 상황에서 다른 생각을 하다니. 너무 방심하고 있는 거 아니야? 정신 차리지 않으면 당한다고?”
말은 가볍게 이어지고 있었지만 NOC의 특성상 당한다는 이야기는 곧 죽음과 직결되는 이야기. 스카치의 말에 나지막이 고개를 끄덕이던 후루야가 마지막 말만큼엔 저도 모르게 피식 소리 내어 웃음을 터뜨려버렸다. 자신의 안위를, 다른 것도 아닌 자신의 죽음을 걱정해주는 스카치라니. 그 웃음은 비웃는 것도, 그렇다고 즐거워하는 것도 아니었다. 마치 속 안에 있는 불쾌를 전부 밖으로 끌어내는 것과도 같은 행위에, 스카치는 또 다른 의미로 얼굴에 걱정을 한가득 담았다.
“왜 그래 레ㅡ”
“있잖아, 스카치.”
자신을 부르려는 스카치의 말을 끊어내며, 후루야는 그보다 먼저 스카치를 불렀다.
“어떡하면 좋을까?”
“뭘 말이야?”
“너에게서 그런 이야기를 듣고 마는 나를, 어떻게 해야 좋을까?”
확실한 건, 속에서부터 끄집어진 불쾌의 대상이 스카치가 아니라는 점뿐. 스카치를 그런 식으로 느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아마 평생을 가더라도 스카치를 불쾌하게 생각할 일은 없을 것이었고. 순전히 불쾌라는 감정은 후루야 본인에게 향한 것이었고, 후루야는 그 사실을 뚜렷하게 잘 알고 있었다. 죽어있는 사람을 구태여 되살려내 자신을 걱정시키고야 말다니. 눈물 날 정도로 이기적이고, 근본이 어떻게 되어 먹은 머리란 말인가. 후루야는 무언가 뒷말을 더 이으려다 말고 결국 고개를 털어냈다. 미안, 스카치. 종국에는 사과밖에 남지 않아 후루야가 어렵사리 입을 열었으나, 스카치의 표정은 도리어 굳어질 따름이었다.
“이렇게 노골적으로 어리광부릴 생각은 아니었어. 그것만은 알아줘.”
올해 나이도 벌써 스물아홉이었다. 어리광 피울 나이는 지나도 한참 지났지. 당장 공안에서 이 정도의 응석을 부렸다간 진지하게 불려다 강제 휴가를 받게 될지도 몰랐다. 물론 진지하게 걱정한다는 점만큼은 스카치도 똑같겠지만, 적어도 후루야의 행동을 유도하는 반응이 달랐다. 힘들어. 라는 말을 내뱉었을 때 공안은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정신과 케어를 추천하는 쪽이었고, 스카치는 후루야의 말이 전부 끝날 때까지 그 말들을 하나하나 새겨듣는 쪽이었다. 어디까지 말하나 들어나 보자. 그런 심보일지도 모르겠으나 어쨌건 스차키는 항상 모든 말을 경청한 끝에 무거운 한숨을 내쉬는 것이었다. 한심하긴. 약간 나무라는 목소리와 함께 스카치는 후루야의 이마 위로 손가락을 튕겼다.
“뭘 그렇게 다짜고짜 사과하나했더니, 결국 어리광 부리고 싶단 이야기 아니야?”
가벼운 움직임이라 아픔이 느껴지진 않았다. 꿈이니까 느껴지지 않았을 지도 몰랐다. 허나 꿈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더라도 딱히 불쾌한 감각은 없었고, 놀랄 정도로 남아있는 잔여감 하나 없었다. 그렇기에 후루야는 자신의 이마를 문지른 뒤 그저,
“상관없어, 레이. 내가 너를 도울 수 있는 일이잖아?”
그렇게 돌아오는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한 채 스카치와 똑같은 표정으로 웃어보여야만 했으니까.
XX월 23일 PM 10:05
<중략>
“그럼 이렇게 하죠.”
“호오, 재밌는 모양새로군 후루야 군.”
의아하다는 듯 묻고 있었지만 총을 바라보는 아카이의 시선에는 그다지 놀라움이 없었다.
“제가 지금 이걸 쏜다면, 당신을 찾느라 혈안인 조직원들이 전부 여기로 오겠죠. 아무리 아카이 당신이라 해도 코너에서 모두를 상대할 수는 없지 않을까. 게다가…….”
조직원들은 아직 아카이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감쪽같이 키르가 죽인 것으로 알고 있겠지. 나아가 오키야의 집에 쳐들어가 그것이 사실이라 쐐기를 박아두기까지 했으니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조직에서 아카이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건 후루야 자신 뿐. 아카이도 그것을 알기에 이렇게 터무니없을 정도로 대담한 행동을 하는 것이리라. 설마 아카이의 소행이겠어? 하는 허를 찌르는 움직임을, 이쪽은 협상의 수단으로 제시할 수가 있었다.
정말 삼류 악당들이나 내뱉을 소리지만, 어쩌겠는가. 후루야는 이번 기회를 어떻게든 활용하고자 굳게 마음먹을 뿐이었다. 말할 생각이 없다면 어떻게든 말하게 만들면 된다. 괜히 머리를 써 아카이를 늪에 빠트리려 해봤자 오히려 자신이 가라앉을지도 모르는 일에 도박을 하고 싶진 않았다. 그것만 주의해나간다면 남은 건 한 가지.
“아카이, 제안하죠.”
정공법으로 나간다.
“아카이라는 존재가 살아있다는 걸 들키고 싶지도 않을 테고, 한차례 위기에서 구해준다는 빚의 연장선으로.”
“확실히 변했군.”
“제가?”
본인의 상태는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는 것. 후루야가 생각하기에 자신이 변한 건 아무 것도 없었다. 하지만 아카이는 그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후루야 레이라는 사람이 나에게 제안이라는 걸 하게 될 줄이야. 만나자마자 총알을 머리에 박지 않게 된 것만으로도 꽤 변화라 생각되지 않나?”
“여러 일이 있었으니 당연한 거 아닌가요?”
사실을 알게 됐으니 예전처럼 밑바닥 없는 적대를 드러낼 필요도 없었다. 그게 이와중에 무슨 상관인가 싶어 후루야가 아무렇게나 대답하자, 아카이는 희미하게 웃으며 입가를 당겼다. 억지로 씌워진 빚이긴 하다만, 아카이는 원래 빚을 지고 사는 성격이 아니었다. 한 번쯤은 후루야의 장단에 맞춰주는 것도 나쁘진 않을지도 몰랐다.
“뭐, 좋다. 그래서 제안이란 건?”
“주머니 속에 있는 걸 전부 꺼내들 것. 그게 제 조건입니다.”
“주머니?”
그런가. 아카이는 정말로 의외라는 듯 물었다가 곧바로 납득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쪽의 에어리어를 침범하겠단 소리겠지. 그것이 후루야의 선택이라면 들어주지 못할 것도 없었다. 무언가 잠시 생각하던 아카이는, 곧 순순히 라이플을 바닥에 두었다. 바닥에 라이플이 온전히 놓이고 나서야, 후루야는 마찬가지로 들고 있던 총을 내리며 조심스레 팔짱을 꼈다. 총알이 스친 오른팔에 무의식 적으로 손이 닿자 아픔이 번뜩여왔다. 자신도 모르게 큭- 하고 낮은 소리를 내자, 주머니를 뒤지고 있던 아카이의 시선이 닿았다.
“출처를 알아내려는 것도 좋지만, 지금은 응급처치가 더 먼저일 텐데.”
“신경 쓰지 마시죠. 당신을 쫓고 있다 생각할 텐데 응급처치를 하고 나타나면 오히려 더 이상할 겁니다.”
그보다, 내용물. 후루야는 그렇게 말하며 팔에 닿았던 손을 뻗었다. 오른쪽 주머니에서 낮쯤 넣어두었던 영수증 하나와 왼쪽 주머니에서 연료가 제법 많이 닳은 라이터와 담뱃갑이 하나씩 나와 그 손 위에 얹어졌다. 지독히도 예상 범위인데다가 별 볼일도 없는 물건들이 후루야의 손 위에 하나 둘씩 올라오더니, 불현 듯 아카이가 물었다.
“라이플 백의 주머니도 필요한가?”
“물론 내용물을 보여준다면 사양하지 않겠습니다.”
“그쪽은 여분의 스코프밖에 존재하지 않아. 다시 정리하는 것도 일이니 굳이 의심스러운 게 아니라면 넘어가주었으면 좋겠다만.”
물론 의심스럽다 말한다면 얼마든지 확인시켜주지. 그렇게 덧붙이는 말에 후루야는 눈을 가늘게 떠 아카이를 보았다. 아카이의 아이덴티티는 저격수. 라이플 백이야 말로 아카이의 본질과도 마찬가지긴 하겠지만, 그런 가방에 한시가 급한 정보를 담고 다니진 않겠지. 의심스러운 것은 여전했으나 구태여 가방을 뒤질 필요는 없었다. 게다가 아카이의 주머니 속 내용물을 전부 다 꺼내라 말한 것과는 달리 후루야가 노리고 있는 것은 단 한가지였다. 노골적으로 입에 담진 않았지만, 가장 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수단. 후루야의 대답을 듣고 난 아카이가 멈췄던 손을 다시 움직이더니, 마지막으로 자신의 바지 뒷주머니에서 지갑 하나를 꺼내들었다. 나올만한 곳은 전부 다 뒤진 것인지 아카이가 이걸로 끝이라는 눈짓을 지갑 위로 보냈으나, 후루야는 그것들을 살펴보지도 않고서 흥, 하고 코웃음 쳤다.
“아니야, 아카이 슈이치.”
이게 아니지. 단호하기까지 한 목소리였다. 재킷의 왼쪽 오른쪽 주머니, 바지의 주머니 그리고도 아직까지 손대지 않은 곳이 하나 있지 않던가. 다른 사람도 아닌 아카이가 그 사실을 모를 리가 없었다.
“아직 한 군데 더 남아 있잖습니까?”
“…한 군데라.”
자잘하게 쓰지 않는 주머니라면 확실히 몇 개 더 있을지 모르지만 후루야가 노리는 건 그런 게 아니었다. 전부 시커멓기만 한 옷 사이에서, 그렇기에 더욱 숨겨지기 좋은 위치. 모르는 척 하는 게 분명한 아카이의 반응에 후루야는 결국 시선을 내려 그의 가슴팍을 바라보았다.
언제나 중요한 것은 심장의 근처에.
언뜻 듣는다면 로맨틱한 이야기의 한 구절 같겠지만, 그것은 결코 달콤한 의도가 아니었다. 중요하기 때문에, 한시라도 낭비할 수 없기 때문에, 그렇기에 최악의 경우가 펼쳐져도 시간을 지체하지 않아도 되게끔. 죽음을 선택한 순간에 쉽사리 은폐할 수 있도록. 말 그대로 증거인멸을 위한 자살에 최적화된 주머니.
후루야의 시선이 닿은 곳은 일전 스카치가 자신의 심장을 쏜 곳과 똑같은 위치였다. 그 안에 아카이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아카이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자의 연락망이 들어있겠지. 후루야가 반대쪽 손을 들어 아카이의 가슴께로 뻗었으나 아카이는 예상외로 몸을 피하지 않았다. 빙고일까? 천천히, 느릿하게 움직이던 손이 아카이의 재킷 안으로 들어가자 그 안에서 무게감 있는 무언가가 손에 잡혀왔다. 역시, 이럴 줄 알았지. 손에 잡히는 무언가를 빼내들며, 후루야는 보란 듯이 아카이를 향해 비웃었다. 아니나 다를까, 아카이의 품에서 꺼내진 것은 구형의 휴대폰으로 요즘 나오는 기종과는 다른 폴더형태의 휴대폰이었다. 역시 가장 손쉽고 빠른 연락망은 휴대폰뿐이라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놀랍지도 않았다. 굳이 놀라운 걸 말하자면 지나칠 정도로 구형의 휴대폰이 나왔다는 것 정도일까. 오히려 구형의 모델을 취하고 있어 의심을 피할 속셈일지도 몰랐다. 아무렴 어떨까. 아카이의 미의식 같은 건 알 바가 아니었기에, 후루야는 곧장 휴대폰의 폴더를 밀었다. 그래서 이 안에서 자신은 무엇을 알 수 있을까. FBI의 무언가? 아니면 내통하고 있는 연락망의 정체? 더 나아가 아카이 슈이치라는 존재에 대한 엄청난 비밀? 후루야가 휴대폰을 여는 순간 까지도 아카이의 표정은 똑같을 따름이었다. 그리고 후루야가 수신 내역을 확인하는 순간,
표정이 일그러지는 것은 후루야의 몫이었다.
철두철미한 남자라고는 생각하고 있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지도 몰랐다. 전부 삭제한 것인지 남아있는 수신 내역은 단 한 건뿐으로, 그마저도 표기된 수신일은 지금으로부터 한참 전, 아니, 한참 전이라 말하기로 우스울 정도의 옛날이었다. 수신 내역을 삭제할 거였다면 차라리 전부 지우던가. 도대체 이 내역은 왜 하나만 덜렁 남아있단 말인가. 일이 이 지경까지 되니 아카이와 내통하고 있는 사람보다도 남겨져있는 내역이 더 이상할 정도였다. 그것도 문자인가. 평소라면 거기까지의 사생활은 침범하지 않았겠다만, 후루야는 인상을 찡그리며 남아있는 문자 한 통을 눌러보았다.
발신자, 미야노 아케미.
굳었던 표정이 이제는 의문을 넘어 당혹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미야노 아케미? 자신이 아는 그 미야노 아케미가 맞단 말일까? 아니, 높은 확률로 그 미야노 아케미가 맞겠지. 그러고 보면 언젠가 언뜻 들은 기억도 있었다. 모로보시 다이라는 사람과 그의 연인. 그리고 그 관계의 끝까지도. 후루야의 입장에서는 중요한 것이 아니라 기억 한 구석에 묻어두고 있었던 것뿐이지 생각해보면 우스운 일이었다. 다름 아닌 헬 엔젤의 딸의 이야기고, 다름 아닌 아카이의 이야기였는데.
「다이,
이 일이 끝난 뒤에, 이번에는 저와 진짜 연인이 되어주겠나요?」
차라리 보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지체 없이 휴대폰 폴더를 닫으며, 후루야는 입술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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