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는... 표지 그대로라 정말 드릴 말씀이 없구요....하핫 샘플 참조 부탁드립니다. 그런 책입니다><!
(전략)
“왜 그러지 공?”
주변을 둘러 그 사체를 찾아볼까 하던 메렌이, 순간 자신을 부르는 마르세우스의 목소리에 네? 하고 얼빠진 소리를 내었다.
“너무 당황한 나머지 머리까지 고장나버렸나?”
“아닙니다. 아무 것도…….”
“아무 것도 아닌데도 우리의 얼굴을 그렇게나 빤히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니, 몹시 놀랍군. 그래서, 언제까지 보고 있을 생각인가?”
괴물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느라 너무 오래 마르세우스의 얼굴을 보고 있던 것이 아무래도 화근인 모양이었다. 따지자면 생각의 절반이 넘어가면서부터는 이미 초점에 마르세우스가 사라져 있었으나 구태여 그 사실을 지적할 필요는 없는 바. 막연한 그 어딘가를 지켜보던 메렌을 알리없는 마르세우스가 바닥에 박혀있던 할버드를 뽑아내려다 말고 손잡이를 붙들고 기대어 섰다. 어디 한 번 해보라는 양 일부러 더욱 마주 보아오는 마르세우스의 눈동자에, 메렌은 대답대신 재빠르게 고개를 숙였다. 아마 자신이 먼저 시선을 피하지 않는 한 마르세우스 역시 멈추지 않겠지. 자신의 발치 근처로 메렌의 눈동자가 돌아가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마르세우스는 가볍게 코웃음을 쳤다. 시시하군. 덧붙이는 소리가 들린 것도 같았으나 아무래도 좋은 일이었다. 마르세우스와 실없는 이야기를 하기엔 아직도 머리가 희뿌연 기분이라, 메렌은 바닥을 짚고 우선 몸을 일으켜 세우기로 했다. 바닥을 끄는 연미복 자락에 먼지가 한가득 딸려와 메렌은 그것을 잔뜩 힘주어 털어냈다. 묘하게 몸이 말을 듣지 않으니 오늘은 빠르게 돌아가 정비하는 편이 좋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메렌은 먼지를 털어내자마자 손을 옆으로 내밀었다. 거의 반사에 가까운 행동과 함께 메렌은 몸을 낮추었다.
“돌아가죠, 아가…”
씨. 하고 뒤따르려던 말도 잠깐이었다. 어? 하고 스스로가 내뱉으려던 말을 목 너머로 삼키며, 메렌은 자신이 내민 손을 내려 보았다. 아가씨, 라니 뭔가 이상하지 않나? 비어있는 손을 몇 번이나 쥐었다 피면서도 메렌이 위화감을 떨쳐내지 못하자, 그것을 전부 지켜보고 있던 마르세우스가 가소롭다 못해 놀랍기까지 하다는 목소리로 물어왔다.
“귀공, 완전 넋이 나갔군. 원맨쇼라면 훌륭하지만 정신 좀 차리는 게 어떤가? 설마 우리에게 아가씨라고 말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아닙, 니다. 그럴 리가……. 저, 마르세우스. 그런데 실례지만 이곳에 저희, 둘 뿐이었던가요?”
굽혔던 허리를 세우며, 메렌은 천천히 고개 돌려 주변을 살펴보았다. 뭔가가, 분명… 하고 웅얼거리는 말이 무색하게도 마르세우스를 제외한 인기척은 아무 것도 느껴지지 않아, 메렌은 그럴 리가 없다는 표정으로 몇 번이고 사방을 훑었다. 이상하다고 생각은 되지만, 무엇이 이상한지 알 수가 없었다. 애초부터 자신은 누구를 부르고자 손을 내밀었던 것인지, 그 이전에 손을 잡은 적은 있었던 것인지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손에 남은 감촉이라곤 전혀 집히지가 않았다. 갈수록 당혹감이 서리는 메렌의 표정을 더는 지켜보기조차 싫어진 것인지, 마르세우스는 터무니없는 소리를 들은 양 메렌의 물음을 무시하고 미간을 찌푸렸다.
“미안하게도 이 이상 귀공의 덜떨어진 짓에 어울려주고 싶지가 않다. 평생 그러고 있을 거라면 이만 먼저 가겠네.”
박혀있는 할버드를 단박에 잡아 뽑자, 오래된 대리석 바닥이 얕게 으깨지는 소리를 내었다. 그 소리에 메렌이 튕기듯 마르세우스를 보자, 마르세우스는 먼저 가겠다는 말처럼 눈앞의 메렌을 남겨둔 채 망설임 없이 등을 돌렸다. 허공에 치맛자락이 빙글 움직였다 자리를 찾는 와중에도 떨떠름은 완벽히 사라지지가 않아 메렌은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자신의 손을 보았다.
“환영성이라더니 환영에 취한 건 아닌가.”
먼발치에 선 마르세우스가 대뜸 들으라는 듯 말을 중얼거려왔다. 정말 기분 탓인가? 다시 고개를 들어 올리니, 제법 속력을 낸 것인지 저 멀리까지 다다른 마르세우스의 모습이 보여 메렌은 손을 내렸다. 이대로 있다간 그 뒷모습을 완전히 놓칠 것만 같아, 메렌은 생각을 잠시 후로 미루고선 서둘러 마르세우스의 뒤를 쫓았다. 마지막으로 걸었던 것이 언제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을 정도로 간만에 걸음을 내딛는 기분이었다. 타박 소리를 내며 메렌이 대리석을 밟기가 무섭게, 순간 훅- 하고 소리가 일었다. 갑작스레 돌아오는 소리에 메렌이 소리가 나는 곳으로 고개를 돌리자 방금 전까지만 해도 꺼져있던 촛대 안의 촛불이 불길을 일렁거리고 있었다.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 메렌이 시선을 옮기지 않고 발을 한걸음 또 내딛자, 이번에도 그것을 기다렸다는 듯 양쪽 복도에 걸린 다음 촛대에서 불꽃이 일렁거렸다. 바닥만큼이나 잔뜩 먼지가 쌓여있을 촛대 위로 갑자기 불이 붙다니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분명 평소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생각했겠지만, 오히려 생각하고 나니 딱히 이상한 일이 아닐지도 몰랐다. 애초에 이곳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세계가 아니었던가.
이미 홀의 끝에 도달한 마르세우스는 굳게 닫힌 문 앞에 선 채로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메렌을 주시하고 있었다. 메렌의 걸음에 맞춰 양 옆의 촛대가 훅훅 불을 밝혀왔으나, 마르세우스는 그 소리가 가까워짐에도 놀라는 기색조차 하나 없었다. 당연하다는 듯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는 것도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겠지. 확실히 이 세계는 그보다 더 말이 안 되는 것들이 뒤엉켜 존재하는 세계였으니까. 단순히 물체에 국한되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어느 정도 걸음을 빠르게 재촉하자 금세 가까워지고 있는 마르세우스만 하더라도 그랬다. 분명 마르세우스도 자신도 이 세계이기 때문에 존재할 수 있는……. 문뜩 거기까지 생각하던 메렌의 걸음이 현저히 속력을 늦추었다. 그러니까, 이 세계는 뭐가 특별한 세계라는 거지? 자신과 마르세우스가 어쨌다는 것이지? 제대로 걸음을 걷나 싶었던 메렌이 완전히 몸을 멈춰 세웠다. 뭐가 뒤엉켜 존재하는 세계인지조차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문에 서있는 마르세우스의 윤곽은 또렷하게 보이면서 그 이상 무슨 생각을 하려 했는지는 두뇌가 돌아가지 않았다. 뭔가에 꽉 틀어 막힌 듯 생각이 진척되지 않자, 메렌은 끝내 마르세우스에게로 입을 열었다.
“마르세우스, 아무래도 뭔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그렇군, 이렇게까지 되니 확실히 이상할지도 모르겠어.”
늘어뜨리듯 할버드를 손에서 놓으며, 마르세우스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웬일로 자신의 말에 수긍하는 것인가 싶어 메렌이 말 해놓고서도 놀란 표정을 짓자, 마르세우스는 세 걸음 남짓 몸을 움직여 메렌의 앞에 멈춰 섰다. 공. 그대로 양손을 뻗은 마르세우스가 메렌의 얼굴을 잡아 자신에게 향하도록 내렸다. 간신히 코끝이 닿지 않을 정도로 벌어진 틈에서, 마르세우스는 늘어진 속눈썹을 몇 번이나 깜빡이다 눈을 내리깔았다. 발끝에서부터 얼굴까지 시선이 훑듯 움직이는 건 기분 탓이 아니었다.
“어딘가 망가졌다면 지금 말하는 편이 좋을 테다. 이제부터는 귀공의 이상한 행동에 더 반응 해줄 시간이 없으니까 말이지.”
“마르세우스, 이상하다는 건 제가 아니라ㅡ”
“그래, 귀공이 아니라?”
그 좁은 틈으로 뭔가 보이긴 하는 건지. 그럼에도 마르세우스는 꼼꼼히 메렌의 모습을 살피고 나서야 얼굴을 잡고 있던 손을 놓았다. 적어도 눈에 보이는 메렌의 모습에 이상한 점은 없었으니, 역시 문제가 생긴 곳은 머리인가. 마르세우스는 떼어낸 손을 메렌의 어깨 위로 얹으며 속을 파헤치듯 메렌의 눈동자를 마주했다. 흥미를 가장한 눈동자 속의 진의가 마냥 자신에게 살갑지 않다는 건 단박에 알 수 있었다. 무언가를 말해도 소용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그 다음 나온 메렌의 대답은 명료했다.
“그냥… 잠깐, 뭔가 잠깐 생각을 정리하다 잘못 된 것 같네요.”
“흐응, 그걸로 끝인가? 역시 그럼 귀공이 문제군.”
어깨를 잡고 있던 손이 놀랄 정도로 쉽게 떨어졌다. 메렌이 무언가를 수긍하지 못한 채 답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 못챘을 리가 없을 텐데도, 마르세우스는 그 이상을 캐묻지 않았다. 참으로 여유로워. 단지 그 말 하나로 메렌의 사고를 정리하며, 마르세우스는 메렌을 흘겼다 뒤돌았다.
“쇼에 올라가야하는 오토마타가 무대에 대한 생각 말고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다니. 노련하다고 하기엔 너무 자신만만인 것 아닌가?”
그러니 생각이 꼬이는 것이 아니냐고 은연중 깔려있는 비아냥을 모를 수가 없었다. 무대에 대한 생각이라니 메렌이 네? 라며 마르세우스에게 소리 내 되묻자, 마르세우스는 고개를 틀어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메렌을 쳐다보았다. 마치 노려보듯 마르세우스의 눈동자가 평소보다 붉은 빛을 번뜩이고 있었다. 그 시선에 메렌이 몸을 움찔이자, 마르세우스는 양 손을 문 위에 얹고 물었다.
“역시 이상하단 말이지. 그럼 귀공은 도대체 귀공이 돌아가야 할 장소가 어디라고 생각하는 건가?”
그러고 보니 정말로 그러했다. 아까 전 자신이 돌아가 정비하겠다 생각했던 곳은 도대체 어디였지? 돌아가야 할 곳이 있었던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이 연이어지자, 마르세우스는 손에 힘을 주어 문을 밀었다. 삐걱거리며 열리는 문이 그 생각을 방해하듯 섞여와, 메렌은 벌어지는 문의 틈을 보았다. 오래된 생김새와는 다르게 손쉽게 밀린 문의 미약한 사이로부터 감춰져있던 샛노란 빛이 흘러들어왔다. 익숙한 빛의 색, 아니, 조명의 색이었다. 누군가 조명이라 말해준 적이 없음에도 당연하게 그 빛을 인위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기도 잠시, 메렌은 짙게 깔린 기시감에 고개를 치켜들었다. 어디선가 익숙하게 본 색이라 생각하면 할수록 또렷하게 눈에 들어오는 장소가 머리 어딘가에 자리 잡고 있었다.
“아직 쇼가 시작되지 않은 게 다행이로군.”
이윽고 문을 양 옆으로 활짝 밀어낸 마르세우스가 손을 때고 메렌에게로 빙글 몸을 돌렸다. 소리 없이 움직이는 옷자락에 눈을 돌릴 틈도 없이 더 확연하게 드러난 풍경을 바라보며 메렌은 짧게 숨을 들이 삼켰다. 높게 세워져있는 천막의 지지대와, 알록달록하다기엔 칙칙할 정도로 빛이 바래 죽은 색상의 천막의 안감들. 그리고 그 바로 밑에 커다랗고 둥그렇게 자리잡고 있는 무대까지. 별안간 바람이 분 것인지 펄럭이는 천막의 소리까지 익숙할 정도였다. 익숙하다 수준이 아니었다. 놀랄 정도로 똑같은 서커스단의 내부는 틀림 없이 메렌이 알고 있는 그 장소였다.